성공적인 엔젤투자의 길라잡이
펀딩포유
2026.09.16

창업을 이야기할 때 흔히 새로운 아이디어나 기술부터 떠올립니다. AI 일정 관리 앱, 소상공인을 위한 마케팅 서비스, 운동을 돕는 애플리케이션처럼 무엇을 만들 것인지부터 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사업의 출발점은 해결책이 아니라 ‘고객이 실제로 해결하고 싶어 하는 문제’이어야 합니다.
같은 불편함이라도 사업적 가치는 크게 다릅니다. 아침마다 신발끈을 묶는 일이 번거롭다고 해서 많은 사람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돈을 지불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반면 기업에서 수백 장의 세금계산서를 사람이 직접 확인하느라 며칠씩 소요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를 해결하면 시간과 인건비를 절감하고 실수까지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이 비용을 지불할 가능성이 생깁니다.
결국 창업자는 단순히 불편한 문제를 찾는 사람이 아니라 ‘해결할 가치가 큰 문제’를 찾아내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창업의 순서 역시 아이디어 선택에서 곧바로 개발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문제 발견 → 문제 선택 → 문제 검증 → 해결책 설계 → 개발의 과정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처음부터 해결책에 집중하면 창업자가 만들고 싶은 제품을 만들기 쉽지만, 문제에서 출발하면 고객에게 실제로 필요한 제품을 만들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렇다면 투자자는 창업자가 선택한 문제가 '정말 사업으로 발전할 만한 문제인지' 어떻게 살펴볼 수 있을까요? 이를 판단하는 첫 번째 기준은 ‘누구의 문제인지’가 명확한가?입니다. ‘사람들이 불편해한다’는 설명만으로는 고객이 정의됐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 ‘직원 20명 이하 제조기업의 관리자’처럼 구체적인 고객군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고객이 구체적일수록 실제 고객을 만나 문제를 검증하기 쉬워지고 제품 설계 역시 명확해집니다.
두 번째는 문제의 강도입니다. 고객이 그 문제로 얼마나 큰 시간 손실과 비용 손실, 기회 손실 또는 감정적 고통을 겪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단순히 ‘불편하다’는 반응보다 문제 때문에 실제로 어떤 일이 발생했고, 얼마나 많은 시간과 비용을 잃었으며, 왜 지금 해결해야 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객이 구체적인 사건과 손실을 이야기할 수 있다면 그만큼 강한 문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세 번째는 문제가 얼마나 자주 발생하는가입니다. 매일 반복되는 문제와 5년에 한 번 발생하는 문제는 사업모델이 다를 수 있습니다. 매일 발생하는 문제라면 '구독 서비스'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고, 특정 사건에서 발생한다면 건별 결제나 '중개 모델'이 적합할 수 있습니다. 발생 빈도가 낮더라도 한 번 발생했을 때 손실이 매우 크다면 보험, 보안, 법률, 위험관리와 같은 사업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결국 좋은 문제는 자주 발생하거나, 한 번 발생했을 때 해결 가치가 충분히 커야 합니다.
네 번째는 고객이 지금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가입니다. 경쟁 서비스가 없다는 사실이 반드시 좋은 기회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아무도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면 그 문제가 충분히 중요하지 않다는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고객이 엑셀을 사용하거나, 카카오톡으로 업무를 처리하거나, 직원을 추가로 고용하거나, 외부 전문가에게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면 이 모든 것이 현재의 대안입니다. 불완전한 방법이라도 고객이 시간과 돈을 들여 해결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시장의 신호가 됩니다.
다섯 번째는 실제 지불 의사입니다. 고객이 “좋은 아이디어다”, “필요할 것 같다”고 말하는 것과 실제 결제하는 것은 다릅니다. 따라서 의견보다 행동을 살펴봐야 합니다. 이미 유사한 서비스에 비용을 쓰고 있는지, 문제 해결을 위해 직원을 고용했는지, 외부 업체에 맡기고 있는지, 유료 도구를 찾거나 견적을 요청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특히 B2B에서는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과 구매를 결정하는 사람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구매 결정권자와 예산 집행 구조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칭찬보다 시간과 돈을 쓰는 행동이 시장을 보여주는 증거인 셈입니다.
여섯 번째는 같은 문제를 가진 고객이 충분히 존재하는가입니다. 다만 처음부터 가장 큰 시장을 목표로 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초기에는 문제를 강하게 느끼면서 공통된 특징을 갖고 있고, 효율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명확한 고객군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객 수가 많더라도 서로 다른 문제와 구매 방식을 가진 집단이라면 제품과 마케팅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규모가 작더라도 문제와 구매 방식이 유사하다면 좋은 초기 시장이 될 수 있습니다.
일곱 번째는 AI 시대에 특히 눈여겨볼 부분입니다. AI를 적용했을 때 기존 해결 방법을 얼마나 크게 개선할 수 있는가입니다. 많은 문서와 정보를 읽고 정리하거나, 반복적으로 내용을 작성하고, 고객의 질문에 답하고, 데이터를 분류·비교하고, 여러 시스템의 정보를 연결하거나 사람이 규칙적으로 반복하는 판단을 수행하는 문제라면 AI를 활용할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AI를 사용한다는 사실 자체가 사업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기존보다 훨씬 빠르거나, 비용을 크게 낮추거나, 품질을 높이거나, 개인별 맞춤화를 가능하게 하거나, 사람이 하기 어려웠던 일을 가능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AI는 제품의 목적이 아니라 고객의 문제를 더 잘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관점이 중요합니다.
마지막 여덟 번째는 창업자가 그 문제에 실제로 접근할 수 있는가입니다. 아무리 큰 시장과 좋은 문제를 발견해도 고객을 만나지 못한다면 검증하기 어렵습니다. 창업자가 해당 문제를 경험했는지, 업계의 업무 과정을 이해하는지, 잠재 고객을 직접 만날 수 있는지, 현장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문제를 장기간 다룰 관심이 있는지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반드시 해당 분야 최고의 전문가일 필요는 없지만 고객과 대화하고 현장을 관찰하며 지속적으로 학습할 수 있어야 합니다.
투자자가 초기 기업을 바라볼 때 화려한 아이디어와 기술만큼 중요한 것은 결국 ‘이 기업이 어떤 문제를 선택했는가’일 수 있습니다. 고객이 명확한지, 손실과 고통이 충분히 큰지, 문제가 반복되는지, 고객이 이미 해결을 위해 행동하고 있는지, 실제 지불 가능성이 있는지, 충분한 시장이 존재하는지, AI가 해결력을 크게 높일 수 있는지, 그리고 창업자가 그 시장에 접근하고 검증할 역량이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사업 아이템을 결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가능성이 높은 문제를 선택한 뒤 실제 고객을 만나 대화하고 행동을 관찰하면서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이 먼저입니다.
좋은 기업을 찾고 싶다면, 그 기업이 제시하는 해결책보다 먼저 ‘어떤 문제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 이것이 초기 기업의 가능성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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