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엔젤투자의 길라잡이
펀딩포유
2024.06.12
지난 글에서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 꼭 확인해야 할 9가지 중 첫번째로 '프로덕트'에 대해서 말씀드렸습니다. '위대한 창업자가 있기 전에 위대한 프로덕트가 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제품·서비스는 스타트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자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전 기업이 어떤 프로덕트를 가지고 있는지, 그 프로덕트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지에 대해 확인하는 것은 무척 중요하지만 프로덕트가 정말 성공할 지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세계적인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은 기업의 프로덕트를 검증 할때 'Product Market Fit(PMF)'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는데요. 오늘은 이것에 대해 이야기해드리고자 합니다.
'Product Market Fit'이란 글자 그대로 Product(제품)와 Market(시장)의 Fit(적합성)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제품과 시장의 궁합을 살펴보고, 제품이 시장이 원하고 있는 부분에 적합하다면 사업을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입니다. 미국의 유명한 벤처캐피탈리스트인 마크 안드레센은 "스타트업에 있어서 유일하게 중요한 것은 PMF를 찾는 것이다"라고 했으며, 드롭박스의 공동 창업자인 션 앨리스는 "PMF를 찾기 전에 회사를 키우는 일은 스타트업이 가장 빨리 사망하는 길이다"라고 PMF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습니다.
투자를 검토할 때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하는 것은 제품과 서비스입니다. 이 회사의 제품·서비스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지, 그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 모두 그럴 듯 하고 성공할 제품처럼 느껴지지만, 아무리 좋은 설명이라도 제품이 실제로 고객들의 반응을 얻을 수 있을 지는 시장에서 확인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습니다. 즉 기업이 PMF를 찾았는지 확인 하는 것은 실제 시장에서 제품이 고객들의 반응을 얻었는지 확인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크 안드레센은 "PMF를 찾았을 때는 제품이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가고 금고에는 돈이 쌓인다. 이건 내가 말아먹지 않는 이상 절대 망할 수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고 했습니다. PMF을 찾으면 사업이 엄청나게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직감하게 되고, 기업의 지수적이고 자생적인 성장이 가능해집니다. 그렇다면 PMF를 찾았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어떤 제품이라도 그것을 구매하고 이용하는 소수의 고객이 있기 마련입니다. 제품을 런칭하고 고객이 구매하는 것만으로 PMF을 찾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PMF을 찾았다고 느낄 수 있는 신호는 크게 3가지가 있습니다.
1. sudden and significant pull
'갑작스럽고 중대한 시장의 끌어당김'입니다. 이 경우에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시장에 선보이기만 했을 뿐인데도 제품이 엄청나게 팔리거나, 회원가입이 물밀듯 들어오는 등 기존의 제품·서비스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이러한 신호가 느껴졌다면 PMF를 찾았다는 아주 명쾌한 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같은 반응을 보이는 PMF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미국 '우버'의 경우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 제품에 대해 이러한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우버는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자동차를 택시처럼 운행하며 돈을 벌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차는 있지만 소득이 부족한 사람들은 가지고 있는 차를 이용해 돈을 벌 수 있고, 택시를 잡기 어려웠던 사람들은 우버 서비스를 이용해 자유롭게 차를 탈 수 있게 되었지요. 우버의 창업자는 '우버'에 대해 "우버는 PMF를 찾으려고 노력한 적이 없었어요. 마케팅 예산이 0원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잡초처럼 성장했습니다. 우버에 대한 입소문은 아예 관리조차 되지 않았거든요"라고 말했습니다.
드롭박스의 창업자는 "PMF를 찾는다는 느낌은 비행기가 이륙할 때 몸이 뒤로 젖혀지면서 의자 등받이에 감길 때와 같았다"라고 표현했습니다. 만약 투자를 위해 기업을 살펴볼 때 기업이 제시하는 데이터에 갑작스럽고 중대한 반응이 있었다면, 이 기업은 PMF를 찾은 제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2. gradual but compounding pull
'점진적으로 복합적인 반응'을 시장에서 느끼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출시한 제품이 잘 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아 PMF를 찾은 게 맞는지 알 수 없지만, 시간이 지나며 PMF를 찾아가는 것이 특징입니다. 서브스택의 CEO는 PMF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업 초기에 PMF를 언제 찾을 수 있는지, 찾았다면 어떻게 알 수 있는 지에 대한 걱정이 많았습니다. PMF라는 것은 어떠한 명확한 기준이 있어 찾게 되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대신 서브스택은 꾸준히 성장했을 뿐입니다. 성장을 하다보니 회사가 점차 프로덕트의 성장세를 따라가는 것이 버거워졌고 그때부터는 PMF를 찾았는지 걱정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gradual but compounding pull의 경우 투자자들이 프로덕트를 보는 것만으로는 이 제품이 성공할 지 실패할 지를 한번에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업에 약간의 돈을 투자해 프로덕트가 진행되는 상황을 지켜보다가 아이템이 성공 가능성을 보이거나 PMF를 찾았다는 확신이 들면 기업에 더 많은 돈을 투자 합니다.
3. hitting a milestone
'sudden and significant pull'이나 'gradual but compounding pull'처럼 PMF를 찾았다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 '각 단계별 이정표를 꾸준히 달성해 나가며 PMF를 찾는 방법'입니다. 대표적으로는 airBNB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airBNB는 자신의 집을 숙소로 임대해 돈을 벌 수 있는 방식의 플랫폼입니다. airBNB가 처음 런칭 되었을 때는 고객들의 반응도 좋지 않았고, 투자를 받는 것도 어려웠습니다. '누가 자신의 집을 모르는 사람에게 빌려주면서 돈을 벌려고 하겠는가'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airBNB 멤버들은 1년 안에 100개 정도의 고객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플랫폼에 등록된 고객이 자신의 집을 임대 물건으로 올렸을 때 어떤 경우에 임대가 되고 임대가 되지 않는 지를 확인하기 위해 직접 집을 찍어주거나, 임대물건의 사진 퀄리티를 유지해주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이 비즈니스가 고객과 임대인에게 도움이 되는 비즈니스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그 결과 airBNB가 초기 100명의 유저를 확보하자 이러한 형태의 비즈니스가 있다는 것을 인지한 고객들이 플랫폼에 참여하면서 사업이 엄청나게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자신의 집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며 돈을 버는 비즈니스가 없었지만, 사실 이러한 비즈니스에 대해 잠재된 수요가 많았던 것입니다. 특히 노인들의 경우 마땅한 현금 창출 방법 없이 노후에 대비해 가지고 있던 집을 임대업을 통해 현금을 창출할 수 있게 되었고, 일반인의 경우에는 해외 여행을 갔을 때 일반적으로 묵던 호텔이 아니라 현지인의 집에서 숙박하며 그 나라의 역사를 체험하는 새로운 경험을 쌓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비즈니스 개념들이 사람들에게 인식되기 시작하며 airBNB는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습니다.
투자자는 3가지 신호를 가진 기업을 발굴해낼 수 있어야 합니다. 투자를 위해 회사의 제품을 볼 때 단순하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투자에 대한 경험이나 지식'만으로 제품의 성공 가능성을 판단한다면, 그 분야에 대해 경험이나 지식이 없는 경우 프로덕트의 가능성을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이때 'PMF를 찾았는가?'라는 개념을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업을 발굴하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회사가 PMF를 찾았는지 알 수 없다면 기업 대표에게 물어보면 됩니다. 만약 대표가 PMF에 대한 개념을 알고 있다면, PMF를 찾았는지에 대한 질문에 'PMF를 어떻게 찾았는지', 아직 찾지 못했다면 '어떤 방식으로 찾아가고 있는지'를 설명해 줄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기업이 PMF를 찾았는지를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신호 3가지를 알아봤습니다.
다음 지면에서는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