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엔젤투자의 길라잡이
펀딩포유
2026.05.07

2024년 초, 샘 알트만(Sam Altman)은 의미심장한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인해 직원 없이 혼자서 1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1인 유니콘 기업’이 곧 등장할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당시만 해도 다소 과장된 미래 예측처럼 들렸습니다만 놀랍게도 그 미래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현실이 됐습니다. 불과 1년 뒤인 2025년, 실제로 그에 가까운 형태의 기업이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그 사례의 중심에는 미국의 스타트업 메드비(Medvi)와 창업가 매튜 갤러거(Matthew Gallagher)가 있습니다. 그는 단 2만 달러, 우리 돈 약 3천만 원 정도의 자본으로 회사를 시작했습니다. 준비 기간도 채 두 달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설립 후 2년 만에 회사는 연매출 약 18억 달러, 한화로 2조 원이 넘는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더 놀라운 점은 따로 있습니다. 이 거대한 회사를 운영하는 인원이 실질적으로 단 두 명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갤러거는 회사를 만들면서 기존 창업 방식과는 전혀 다른 접근을 택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이 개발자, 마케터, 디자이너, 고객센터 인력을 채용하며 조직을 키워가는 것과 달리, 그는 대부분의 업무를 인공지능에 맡겼습니다. 웹사이트 개발과 소프트웨어 코드 작성은 물론이고, 광고용 이미지와 영상 제작, 고객 응대, 데이터 분석 시스템 구축까지 AI를 활용해 처리했습니다. 사람이 직접 수행한 일은 최소한의 의사결정과 전략 수립 정도에 그쳤습니다. 즉, 갤러거는 AI를 단순한 보조 도구가 아니라 실제로 업무를 수행하는 ‘운영 주체’로 활용한 것입니다.
이 지점이 중요합니다. 많은 기업이 여전히 AI를 생산성을 조금 높여주는 보조 수단 정도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메드비는 아예 기업 운영 구조 자체를 AI 중심으로 재설계했습니다. 사람을 중심에 두고 AI를 붙인 것이 아니라, AI를 중심에 두고 사람을 최소화한 구조에 가까웠습니다. 사업 모델 역시 극도로 단순했습니다. 메드비는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를 판매하는 원격 의료 기반 유통 사업을 운영합니다. 환자, 의사, 약국, 배송 시스템은 이미 시장에 존재하는 인프라를 활용했고, 자신들은 그 위에서 연결과 브랜딩, 마케팅만 담당했습니다.
핵심은 ‘직접 만들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의료 네트워크는 기존 시스템을 활용하고, 물류 역시 외부 서비스를 연동했습니다. 대신 AI를 통해 마케팅과 운영 효율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렸습니다. 모든 것을 처음부터 구축하는 대신, 이미 존재하는 인프라 위에 AI를 결합해 속도와 효율을 극대화한 것입니다.
사업 성과도 매우 빠르게 나타났습니다. 첫 달에 300명의 고객을 확보했고, 두 번째 달에는 1,000명을 넘어섰습니다. 창업 첫 해 매출은 약 4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이후 성장 속도는 더욱 가속화되어 현재는 연매출 18억 달러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다소 문제도 있었습니다. AI가 잘못된 가격으로 주문을 받거나, 판매하지 않는 제품을 광고하는 등의 오류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갤러거는 이러한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려 하기보다 핵심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에 집중했습니다. 잘못된 가격의 주문을 받더라도 결제 시스템과 고객서비스만 유지된다면, 승부는 얼마나 빠르게 시장을 선점하느냐에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물론 최소 인력으로 운영하는 구조에는 리스크도 존재했습니다. 실제로 웹사이트 오류로 인해 한 시간 동안 주문이 중단되면서 약 200명의 잠재 고객을 잃은 사례도 있었습니다. 일반적인 기업이라면 담당 직원이 즉시 대응했을 상황이지만, 혼자 운영하다 보니 대응이 늦어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방향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과거 손목시계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며 60명의 직원을 고용했던 시절에 오히려 의사결정이 느려지고 비용만 증가했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그는 최소한의 인력만 추가로 채용했습니다. 엔지니어 두 명과, 커뮤니케이션을 정리해주는 역할의 동생 한 명이 전부였습니다.
이 구조는 수익성에서도 강력한 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 메드비는 약 25만 명의 고객을 확보했고, 순이익률은 16%를 넘었습니다. 경쟁사 중 하나의 순이익률이 5.5%인 것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입니다. 적은 인력과 자동화된 시스템이 만들어낸 결과였습니다.
이 사례의 핵심은 단순히 AI를 활용했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보다 본질적인 요소는 ‘AI 에이전트’라는 개념에 있습니다. AI 에이전트는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수준을 넘어,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작업을 세분화하며 실행까지 이어가는 시스템입니다.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면서도 추론과 계획을 통해 업무를 수행하고, 이전 작업을 기억하며 일관성을 유지하며, 필요할 경우 외부 도구나 API를 활용해 실제 행동까지 수행합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기업 운영의 상당 부분을 자동화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AI 에이전트가 여러 개 동시에 협업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에이전트가 역할을 나누고 서로 소통하며 일을 처리하는 구조입니다. 이 흐름은 결국 새로운 기업 형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바로 ‘AI 네이티브 기업’입니다. AI가 중심이 되어 운영되는 기업으로, 24시간 가동이 가능하고 비용은 낮추면서 생산성은 극대화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우리는 지금 단순한 기술 발전이 아니라, 기업의 존재 방식 자체가 바뀌는 순간을 지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 변화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AI가 점점 더 많은 일을 대신하게 된다면,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할까?”
하지만 이 질문을 단순히 경쟁의 관점으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습니다. AI는 인간을 대체하기 위한 존재라기보다,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는 도구에 가깝습니다. 우리가 계산을 컴퓨터에 맡겼다고 해서 인간의 가치가 사라지지 않았듯, AI가 업무 일부를 수행한다고 해서 인간의 역할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중요한 변화는 따로 있습니다. 이제 개인이 도전할 수 있는 영역 자체가 압도적으로 넓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특정 분야의 전문가만이 할 수 있었던 일들, 예를 들어 신약 개발과 같은 영역도 이제는 AI의 도움을 통해 일반인도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고 있습니다. 전문 지식이 부족하더라도 AI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학습하고 그 지식을 기반으로 실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결국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기술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설정해놓은 한계를 내려놓는 일입니다. ‘나는 이것밖에 못 한다’는 생각을 버리는 순간, AI는 인간을 대신하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도구가 됩니다. 그 흐름 속에서 개인이 만들어낼 수 있는 영향력 역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1인 유니콘 기업’은 그 변화의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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